영등포 근대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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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으로 곳곳의 문화를 체험하는 주식회사 나들e(대표이사 김미경)의 [걸어서 여행]의 이번 여행지는 바로 영등포역 부근이었다. 

 

영등포의 유래에 대한 해설로 시작한 이날의 여행에서 그동안 누구나 한 번쯤은 이용해 보았을 ‘영등포역’에 담긴 근대사를 알아볼 수 있었다. 현재의 자리에 철도역사가 지어진 해는 1899년으로 우리나라 최초 철도가 완공되며 철도역사가 들어서게 되었다. 하지만 이곳에 지어진 철도역사는 ‘영등포역’이 아니라 바로 ‘노량진역’이었다. 노량진이 ‘경인선’의 첫 출발지였으나 잦은 한강 범람과 침수로 지금의 노량진역사 자리에는 건물을 지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영등포역사’는 ‘노량진역사’가 완공된 일 년 후에야 비로소 제 이름을 찾을 수 있게 되면서 비로소 100년이 넘는 철도역사가 이어가게 되었다.

 

‘영등포역’ 3층 종합안내소를 방문하면 대한민국 철도 100주년을 기념하는 스탬프를 찍어갈 수 있다. 1899년에 처음 출발한 철도를 기념하기 위해 1999년에 전국 100개의 역을 선정하여 독특한 기념스탬프를 제작하였다. 영등포역 기념스탬프는 철도 개통 당시에 운행하던 증기기관차로 도안하였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분실되어 국회의사당을 도안으로 하여 재제작하였다. 하지만 이 또한 분실로 찾을 수가 없어 현재는 세 번째 스탬프를 사용하고 있다. 2024년은 서울지하철이 개통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여행하고 선물 받는 문화1호선 스탬프투어라인>을 타고 <영등포-의정부-부천-부평-수원> 역을 방문해 스탬프북을 완성하면 교통카드 등을 선물로 받을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이어서 찾은 곳은 1934년부터 맥주를 생산했던 ‘동양맥주(주)’ 공장 터이기도 한 ‘영등포공원’. 공원으로 탈바꿈한 이곳은 1933년에 마찬가지로 물이 맑은 영등포에 터를 잡은 조선맥주(주)와 함께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 땅에서 맥주를 생산하던 곳이다. 쇼와기린맥주가 조선인 주주를 포함해 설립했으며 8.15 광복 후 적산기업으로서 미군정에 귀속되기도 했다. 1948년 ‘동양맥주(주)’로 상호를 변경하고 상표를 OB로 변경하고 1998년에는 생산공장을 경기도 이천으로 이전했다. 맥주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실제 사용하던 높이 4m의 황동담금솥을 조형물로 남겨두었다.

이날 [걸어서 여행] 참여자들은 당시 쌀 두 되 값인 한 병에 50전이나 하던 맥주의 풍미를 맥주 맛 사탕으로 달래보기도 했다.

 

영등포 지역은 6.25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 연합군 총사령관의 시찰지이기도 하다. 맥아더 장군은 연합군의 파병 직전 치열하게 ‘한강방어선전투’가 벌어지고 있던 이곳을 찾아 전황을 살피기도 했다. 영등포공원 내 분수대와 나란히 서 있는 ‘한강방어선전투 맥아더 사령관 시찰지 기념비’를 통해 그 당시를 기념하고 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아파트 단지로 변한 ‘조선맥주(주)’ 공장 터였다. 영등포역 뒤편에 즐비한 상점가에서 올겨울을 환영하는 따끈한 붕어빵을 먹으며 향한 ‘조선맥주(주)’ 공장 터는 대일본맥주가 영등포를 본거지로 해 아사히 맥주와 삿포로 맥주를 생산하는 기지 역할을 하던 곳으로 동양맥주와 마찬가지로 설립 당시 조선인 주주가 포함되었다. 1945년 8.15해방 이후 적산 기업으로서 미군정에 귀속된 후 '크라운맥주' 상표를 쓰기 시작했다. 1952년부터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한 후 1954년에 주한 UN군 군납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1997년 강원도 홍천 등지로 이전한 후 이곳에는 맥주통을 형상화한 조형물로 기념비를 세웠다. 크라운맥주는 경쟁 제품인 OB맥주와의 대결에서 크게 밀려오다 1993년에 출시한 하이트맥주로 성장하면서 1998년에는 ‘하이트맥주(주)’로 사명을 변경했다. ㈜진로 인수 후 현재는 ‘하이트진로(주)’로 사명을 변경하였다.

 

대단지 이파트촌으로 변한 옛 맥주공장터를 뒤로 하고 철도육교를 건너 아직 남아있는 영등포 쪽방촌과 집창촌을 지나 ‘대선제분(주)’를 향했다.

1958년에 ‘조선제분(현 사조동아원)’ 영등포공장을 인수해 세운 대선제분은 창립 초기부터 동업체제를 유지하며 '무궁화표'와 '별표' 등으로 밀가루를 생산해오고 있다.

6.25 한국전쟁 이후 급격히 늘어난 국내 밀가루 소비량을 맞추기 위해 제분공장이 새롭게 설립되거나 공장을 증설하기도 했다. 대선제분은 1995년 우리나라 최초로 북한에 밀가루 500t을 수출하기도 했으며 2013년에는 모든 생산품이 할랄푸드 인증을 받기도 했다. 또한 2017년부터는 서울시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되면서 특이하게도 지원금이 아닌 전액 자부담으로 역사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대선제분(주)’ 영등포공장이 앞으로 멋진 공간으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바로 우리나라 최초로 법인으로 설립한 ‘경성방직(주)’ 사무동이었다. 대규모 쇼핑몰인 ‘타임스퀘어’로도 유명한 이곳은 1919년 인촌 김성수를 중심으로 한국인 자산가들이 결집하여 조선 경제의 부흥과 자립을 표방하며 생필품인 면직물을 국내에서 생산하기 위해 설립한 면방직 회사가 있던 곳이다. 당시 자본금 100만원을 모아 설립한 경성방직(주)는 일제강점기 민족정서를 바탕으로 성장한 민족계 대기업이라는 평가와 함께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박영효가 초대 사장으로 취임하는 등 식민지 권력과의 유착 및 전시체제기의 협력 등에 대한 비판도 동시에 받고 있다. 당시 만주에 자본금 1,000만 원의 남만방적을 자회사로 거느릴 정도로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지금도 (주)경방이라는 이름으로 경영을 지속하고 있으며, 여전히 한국 섬유 산업계에서 중견 기업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다행히 6.25 한국전쟁 때 폭격을 피한 사무동은 타임스퀘어 뒤편 수변공원과 마주하고 있으며 현재 카페로도 활용되고 있다. 고색창연한 근대건축물로 기념하고 있는 이곳을 함께 찾은 [걸어서 여행] 참여자들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붉은 벽돌담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보았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영등포문화원에서 운영 중인 ‘독도박물관’으로 타임스퀘어 지하 2층에 마련되어 있다. 쉽게 갈 수 없는 독도에 대해 전시가 되어 있는 박물관으로 독도의 역사는 물론 독도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하고도 풍부한 생물자원과 지하에 매장되어 있는 해저자원까지 상세히 전시되어 있어 꼼꼼히 둘러보고 나니 마치 독도에 직접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하는 [걸어서 여행] 참여자도 있었다.

동도와 서도로 나뉘어 있는 독도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안용복은 물론 신라 지증왕 때 우산국을 징벌한 이사부 장군 이야기와 세종실록 지리지로도 전해지는 영토의 주권에 대한 해석까지 체계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독도박물관’을 나선 [걸어서 여행] 참여자들은 ㈜나들e 김미경 대표를 따라 오늘 여행의 종착지인 ‘영등포 평화의 소녀상’으로 향했다.

‘영등포 평화의 소녀상’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다소 늦은 18번째로 세워졌지만 그 의미는 남다르다. 영등포의회는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사업 지원 조례를 처음 가결했다. 또한 이곳은 일제강점기 경성방직이 있던 곳으로 어린 소녀들이 여공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던 곳이라 ‘영등포 평화의 소녀상’은 그 늬미가 크다. 아직은 그다지 춥지 않아서 그런지 목도리도 없이 맨발로 서 있는 소녀상이 안쓰럽다며 [걸어서 여행] 참여자들은 소녀상의 차가운 손을 한 번씩 잡아보며 그들의 고난에 함께 아파했다.

 

‘영등포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12월 겨울 여행을 마친 [걸어서 여행] 참여자들은 길을 건너 인근 사무실과 작은 공장에서 근무하는 시민들의 단골집인 오래되고 허름한 식당을 찾아 한기에 차가워진 손을 녹였다.

이번 [걸어서 여행]에 참여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 참여자는 종종 방문하던 영등포역과 타임스퀘어에서 만나게 된 근대사가 뜻밖의 감동이었다고 전하기도 했으며 또 다른 참여자는 여행지마다 꼭꼭 숨어있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걸어서 여행]은 언제나 최고의 만족감을 준다고도 말했다. 이어서 내년에도 진행되는 정기 여행에 기대가 크다고 소감을 전하는 참여자도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걸어서 여행]에 참여하기 위해 ㈜나들e의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을 꼭 챙겨 보아야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만난 식사도 매우 맛있었고 모처럼 나들e [걸어서 여행]에 참여해서 행복했다고 전하는 분도 있었으며

 

[걸어서 여행] 프로그램은 우리가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곳곳을 누비며 찾아내는 과거와 현재의 일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들e는 이와 같은 도보여행이 미래로 이어지는 역사와 문화를 전달하는 하나의 매개체로 자리매김하고자 매월 두 번째 주 화요일 오전 정기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도 이어질 도보여행 [걸어서 여행] 프로그램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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