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멈추지 않는 역에서 피어난 사색 - 6일차

황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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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에서 부강까지 걷는 길 위의 하루

(신안1건널목)

토요일 아침, 어제의 끝이었던 전동역에서 다시 출발했다. 오늘의 목표는 조치원역까지. 날씨 앱은 오후 2시 이후부터 비가 온다 했지만, 그전까지의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청명했다. 

전동역과 조치원역 사이에는 폐역이 된 서창역이 자리한다. 자전거도로를 따라 7.5km 거리. 어제와는 달리 비교적 잘 정비된 길이 나타났다. 물론 ‘자전거 우선도로’라는 표지판이 무색할 만큼, 차도 옆에 얹힌 듯한 도로였지만, 이따금 들리는 바람소리와 철길 너머 풍경은 그런 아쉬움을 덮고도 남았다.

오전 10시 40분, 서창역에 도착했다. 굳게 잠긴 문, 사람 없는 플랫폼, 적막한 역사. 그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문득 떠오른 노래 한 소절.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에…” 이규석의 ‘기차와 소나무’. 유튜브에서 노래를 틀어두고 자막으로 따라 읽으며, 간이역에도 한때는 사랑과 이별, 시작과 끝이 오갔으리란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조치원역을 향해 길을 옮겼다. 앱은 3km 거리라 했고, 하천을 따라 걷기로 했다. 뜻밖에도 나타난 자전거도로. 걷기에 완벽한 풍경이었다. 12시 15분, 조치원역에 도착. 점심은 우동 한 그릇, 김밥 한 줄로 간단히 해결했다.

비가 올 줄 알았지만, 여전히 하늘은 흐릴 뿐 비는 내리지 않았다. 일기예보를 다시 확인해보니 '잠시 비'라는 문구. 욕심이 생겼다. 더 가보자. 조치원 다음 역은 부강역. 도보로는 11km 거리. 자전거도로는 무려 16.1km였지만, ‘미호천’을 따라 이어진 길이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길을 택했다.

선택은 옳았다. 미호천 자전거길, 이름하여 ‘오천 자전거길’. 충북 괴산에서 세종시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하천길이다. 하늘은 구름에 덮여 걷기 좋았고, 마음은 풍경 따라 가벼웠다. 사진을 찍고, 멈추고, 다시 걷고. 그저 ‘좋다’는 말밖엔 더할 표현이 없었다.

오후 5시 30분, 금강과 미호천이 만나는 합강공원. ‘생명의 강’이라 새겨진 기념석 옆에서 사진을 남겼다. 그리고 6시 50분, 부강역 도착. 오늘의 걷기는 5만 보가 넘었다. 38.7km라는 숫자보다, 그 길 위에서 마주한 모든 감정들이 더 뚜렷이 남는다.

누군가의 안내로 걸었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을 길. 오늘 하루,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한없이 감사했다.


용기백배 황성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