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을 따라 신탄진까지
(금강 시목리)
밤새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는 강풍주의보와 함께 오후 늦게 다시 비가 내릴 것이라 경고했지만, 아침 하늘은 무척이나 맑았다. 그 하늘 아래, 잠깐의 망설임 끝에 배낭을 들었다. 오늘 걷기 여정의 시작은 부강역이다.

오전 11시 30분,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플랫폼 앞에서 출발 인증 사진을 남긴다. 선글라스를 꺼내고 선크림을 덧바르며 결심을 굳혔다. 목적지는 대전의 신탄진역. 도보로는 13km, 하지만 나는 5km를 더 돌아가는 금강 종주 자전거길을 택했다. 강 따라 이어진 길은 더디지만 넉넉하다.


금강을 끼고 이어진 자전거 도로는 바람이 불었지만 걸을 만했다. 사진을 찍고,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괜찮다”는 소식을 전했다. 바람을 등에 업은 자전거는 경쾌했고, 맞바람에 고개 숙인 자전거는 조금 안쓰러웠다. 그 순간, 갑작스레 하늘이 어두워졌고, 몇 방울 비가 흩뿌렸다. 다행히 근처 카페로 뛰어 들어갔다.
오후 1시 7분, 따뜻한 커피를 손에 들고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부강역에서 여기까지는 고작 4.7km. 멈추기엔 아쉬웠고, 계속 가기엔 하늘이 미심쩍었다. 그때, 휴대폰에 도착한 한 문장.
“아쉬움도, 빠꾸도 다 걷는 공부라 생각하세요.”
마실책방 회장님의 메시지였다.
커피를 다 마시고 다시 배낭을 멨다. 창밖에 햇살이 돌아왔다. 하늘은 언제 비를 뿌렸냐는 듯 다시 환해졌다. 신탄진역까지 걷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풍경은 봄빛에 물들어 있었다. 밭을 고르고 모종을 심는 이들이 보였다. 농막과 비닐하우스가 듬성듬성 들어선 풍경은 소박했고, 평화로웠다. 문득 안성에 사는 친구가 떠올랐다. 언젠가 나도 그렇게, 치유농업을 하며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걷다 보니 이상화 시인의 시가 떠올랐다.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교과서에서 처음 읽은 이 시를 다시 검색해 읽으며, 나도 모르게 가슴 한켠이 뜨거워졌다. 시인은 해방된 들판을 걸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오늘 나는 온몸으로 햇살을 받으며 그 들판을 걷고 있다.

오후 3시 13분, “여기서부터는 충청북도 청주시”라는 푸른 안내판이 보인다. 그 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전했다.
5시 15분, 다시 충청남도,

5시 25분, 금강을 건너며 대전광역시 대덕구 신탄진동에 입성했다. 대전의 마스코트 ‘꿈돌이’가 반긴다. 기념사진을 남기지 않을 수 없었다.
오후 5시 40분, 신탄진역 도착. 앱에는 오늘 하루 31,758걸음, 24.17km가 기록되어 있다. 걷고 멈추고 다시 걷는 그 시간 동안, 나는 봄을 지나고, 도시를 넘고, 자신을 돌아봤다.

내일은 하루를 쉬기로 했다. 대전엔 다시 비 예보가 있다. 가끔은 쉬는 것도 걷는 일의 일부다. 오늘처럼 아쉬움을 안고, 다시 길을 향할 날을 기다리며.

용기백배 황성국
금강을 따라 신탄진까지
밤새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는 강풍주의보와 함께 오후 늦게 다시 비가 내릴 것이라 경고했지만, 아침 하늘은 무척이나 맑았다. 그 하늘 아래, 잠깐의 망설임 끝에 배낭을 들었다. 오늘 걷기 여정의 시작은 부강역이다.
오전 11시 30분,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플랫폼 앞에서 출발 인증 사진을 남긴다. 선글라스를 꺼내고 선크림을 덧바르며 결심을 굳혔다. 목적지는 대전의 신탄진역. 도보로는 13km, 하지만 나는 5km를 더 돌아가는 금강 종주 자전거길을 택했다. 강 따라 이어진 길은 더디지만 넉넉하다.
금강을 끼고 이어진 자전거 도로는 바람이 불었지만 걸을 만했다. 사진을 찍고,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괜찮다”는 소식을 전했다. 바람을 등에 업은 자전거는 경쾌했고, 맞바람에 고개 숙인 자전거는 조금 안쓰러웠다. 그 순간, 갑작스레 하늘이 어두워졌고, 몇 방울 비가 흩뿌렸다. 다행히 근처 카페로 뛰어 들어갔다.
오후 1시 7분, 따뜻한 커피를 손에 들고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부강역에서 여기까지는 고작 4.7km. 멈추기엔 아쉬웠고, 계속 가기엔 하늘이 미심쩍었다. 그때, 휴대폰에 도착한 한 문장.
“아쉬움도, 빠꾸도 다 걷는 공부라 생각하세요.”
마실책방 회장님의 메시지였다.
커피를 다 마시고 다시 배낭을 멨다. 창밖에 햇살이 돌아왔다. 하늘은 언제 비를 뿌렸냐는 듯 다시 환해졌다. 신탄진역까지 걷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풍경은 봄빛에 물들어 있었다. 밭을 고르고 모종을 심는 이들이 보였다. 농막과 비닐하우스가 듬성듬성 들어선 풍경은 소박했고, 평화로웠다. 문득 안성에 사는 친구가 떠올랐다. 언젠가 나도 그렇게, 치유농업을 하며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걷다 보니 이상화 시인의 시가 떠올랐다.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교과서에서 처음 읽은 이 시를 다시 검색해 읽으며, 나도 모르게 가슴 한켠이 뜨거워졌다. 시인은 해방된 들판을 걸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오늘 나는 온몸으로 햇살을 받으며 그 들판을 걷고 있다.
오후 3시 13분, “여기서부터는 충청북도 청주시”라는 푸른 안내판이 보인다. 그 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전했다.
5시 15분, 다시 충청남도,
5시 25분, 금강을 건너며 대전광역시 대덕구 신탄진동에 입성했다. 대전의 마스코트 ‘꿈돌이’가 반긴다. 기념사진을 남기지 않을 수 없었다.
오후 5시 40분, 신탄진역 도착. 앱에는 오늘 하루 31,758걸음, 24.17km가 기록되어 있다. 걷고 멈추고 다시 걷는 그 시간 동안, 나는 봄을 지나고, 도시를 넘고, 자신을 돌아봤다.
내일은 하루를 쉬기로 했다. 대전엔 다시 비 예보가 있다. 가끔은 쉬는 것도 걷는 일의 일부다. 오늘처럼 아쉬움을 안고, 다시 길을 향할 날을 기다리며.
용기백배 황성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