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 후 한 달 살이를 통해 새로운 삶의 마디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많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참 긴 시간이다. 그저 쉬다 오기에는 아쉽고, 그렇다고 바쁘게만 보내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기회다. 그래서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가장 의미 있게 채울 수 있을지 자꾸만 생각에 잠기게 된다.
대개 젊은 사람들은 한 달 살이를 하며 유명 관광지를 찾고 맛집을 다니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것도 참 좋은 방법이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을 쉬게 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장곡리에서의 시간을 조금 다르게 채워가고 있다.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 중 생각보다 많은 부분은 스스로 밥을 해 먹고 설거지를 하는 일상적인 일들로 채워진다. 그런데 이 단순한 반복이 참 좋다. 남이 차려주는 화려한 밥상은 아니어도, 내 손으로 직접 재료를 다듬고 정성을 들여 해결하는 한 끼 식사가 주는 만족감이 크다. 오롯이 나를 위해 음식을 만들고 뒷정리를 하는 그 수고로운 시간이 번거롭기보다 오히려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지난번 만났던 나와 비슷한 연배의 한 남성은 제주도에서 한 달을 지내며 ‘하루에 오름 하나씩 오르기’라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또 어떤 이는 강릉에서 한 달 동안 맨발로 하루 2만 보가 넘게 걸었다고 한다. 저마다의 목적을 세우고 자신만의 시간을 옹골지게 만들어 가는 모습들은 내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나 역시 지난해에 어디서 한 달을 보낼까 고민하며 군산과 태백을 다녀왔다. 두 곳 모두 역사와 개성이 뚜렷해 이미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도시다. 군산은 근대문화유산이 살아 숨 쉬는 시간 여행의 도시로 이름 높고, 태백은 깊은 산세와 탄광의 기억을 간직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직접 가보니 사람들이 왜 이곳을 찾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 매력이 분명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유명한 도시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수많은 이야기와 평가가 겹겹이 쌓여 있어, 내가 새롭게 상상을 더하거나 나만의 이야기를 덧붙일 틈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이미 완성해 놓은 멋진 그림 앞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내 마음은 큰 도시나 이름난 관광지보다, 지금 머무는 장곡리처럼 작고 소박한 마을로 향하게 된다. 화려한 볼거리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그런 곳에 오래 머물러야만 비로소 보이는 풍경과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작은 마을의 느릿한 시간, 이웃들의 정겨운 인사, 세월이 묻어나는 길과 집, 그리고 계절 따라 옷을 갈아입는 들녘의 빛깔은 유명 도시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귀한 선물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바로 그런 마을을 깊이 '공부'하는 일이다. 그 동네의 역사와 지명을 찬찬히 살펴보고, 잊혀가는 옛이야기를 찾아내며,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삶의 궤적을 듣고 싶다. 마을회관에 모인 어르신들의 말씀 속에는 아마 책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생생한 생활의 역사가 숨어 있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나 마을의 유래 또한 내게는 무엇보다 귀한 소재가 된다.

마을 근처 바람아래 해수욕장의 '할미바위'와 그 전설은 내 마음을 강하게 끈다. 왜 할미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마을 사람들은 어떤 간절한 마음으로 그 이야기를 대물림해 왔는지 생각하다 보면, 그 바위는 더 이상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라 마을의 기억과 정서가 깃든 거대한 상징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번 기간 동안 그런 이야기들을 정성껏 모으고 싶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해변길을 걸으며 풍경을 눈에 담고, 사람들을 만나 귀를 기울이고, 저녁에는 그날의 조각들을 글로 정갈하게 적어보려 한다. 때로는 사실 그대로를 기록하고, 때로는 나만의 상상을 더해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써보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이 기간은 단순히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이 아니라, 한 마을의 삶과 내 내면을 함께 깊숙이 들여다보는 밀도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번 장곡리에서의 시간이 꼭 그러하기를 바란다. 작고 조용한 마을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디에도 없는 보물 같은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발견하고 나만의 상상으로 이어가는 기쁨이야말로, 내가 꿈꾸는 진정한 의미의 한 달 살이이자 내 삶이 다시금 풍성한 이야기가 되는 소중한 순간들이기 때문이다.

용기백배 한걸음
퇴직 후 한 달 살이를 통해 새로운 삶의 마디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많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참 긴 시간이다. 그저 쉬다 오기에는 아쉽고, 그렇다고 바쁘게만 보내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기회다. 그래서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가장 의미 있게 채울 수 있을지 자꾸만 생각에 잠기게 된다.
대개 젊은 사람들은 한 달 살이를 하며 유명 관광지를 찾고 맛집을 다니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것도 참 좋은 방법이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을 쉬게 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장곡리에서의 시간을 조금 다르게 채워가고 있다.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 중 생각보다 많은 부분은 스스로 밥을 해 먹고 설거지를 하는 일상적인 일들로 채워진다. 그런데 이 단순한 반복이 참 좋다. 남이 차려주는 화려한 밥상은 아니어도, 내 손으로 직접 재료를 다듬고 정성을 들여 해결하는 한 끼 식사가 주는 만족감이 크다. 오롯이 나를 위해 음식을 만들고 뒷정리를 하는 그 수고로운 시간이 번거롭기보다 오히려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지난번 만났던 나와 비슷한 연배의 한 남성은 제주도에서 한 달을 지내며 ‘하루에 오름 하나씩 오르기’라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또 어떤 이는 강릉에서 한 달 동안 맨발로 하루 2만 보가 넘게 걸었다고 한다. 저마다의 목적을 세우고 자신만의 시간을 옹골지게 만들어 가는 모습들은 내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나 역시 지난해에 어디서 한 달을 보낼까 고민하며 군산과 태백을 다녀왔다. 두 곳 모두 역사와 개성이 뚜렷해 이미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도시다. 군산은 근대문화유산이 살아 숨 쉬는 시간 여행의 도시로 이름 높고, 태백은 깊은 산세와 탄광의 기억을 간직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직접 가보니 사람들이 왜 이곳을 찾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 매력이 분명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유명한 도시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수많은 이야기와 평가가 겹겹이 쌓여 있어, 내가 새롭게 상상을 더하거나 나만의 이야기를 덧붙일 틈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이미 완성해 놓은 멋진 그림 앞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내 마음은 큰 도시나 이름난 관광지보다, 지금 머무는 장곡리처럼 작고 소박한 마을로 향하게 된다. 화려한 볼거리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그런 곳에 오래 머물러야만 비로소 보이는 풍경과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작은 마을의 느릿한 시간, 이웃들의 정겨운 인사, 세월이 묻어나는 길과 집, 그리고 계절 따라 옷을 갈아입는 들녘의 빛깔은 유명 도시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귀한 선물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바로 그런 마을을 깊이 '공부'하는 일이다. 그 동네의 역사와 지명을 찬찬히 살펴보고, 잊혀가는 옛이야기를 찾아내며,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삶의 궤적을 듣고 싶다. 마을회관에 모인 어르신들의 말씀 속에는 아마 책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생생한 생활의 역사가 숨어 있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나 마을의 유래 또한 내게는 무엇보다 귀한 소재가 된다.
마을 근처 바람아래 해수욕장의 '할미바위'와 그 전설은 내 마음을 강하게 끈다. 왜 할미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마을 사람들은 어떤 간절한 마음으로 그 이야기를 대물림해 왔는지 생각하다 보면, 그 바위는 더 이상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라 마을의 기억과 정서가 깃든 거대한 상징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번 기간 동안 그런 이야기들을 정성껏 모으고 싶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해변길을 걸으며 풍경을 눈에 담고, 사람들을 만나 귀를 기울이고, 저녁에는 그날의 조각들을 글로 정갈하게 적어보려 한다. 때로는 사실 그대로를 기록하고, 때로는 나만의 상상을 더해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써보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이 기간은 단순히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이 아니라, 한 마을의 삶과 내 내면을 함께 깊숙이 들여다보는 밀도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번 장곡리에서의 시간이 꼭 그러하기를 바란다. 작고 조용한 마을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디에도 없는 보물 같은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발견하고 나만의 상상으로 이어가는 기쁨이야말로, 내가 꿈꾸는 진정한 의미의 한 달 살이이자 내 삶이 다시금 풍성한 이야기가 되는 소중한 순간들이기 때문이다.
용기백배 한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