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한샘학원을 기억하십니까?

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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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한샘학원은 1980~90년대 대한민국 대입 학원가를 주름잡았던 전설적인 입시학원이었습니다. “밑줄 쫙!”, “돼지꼬리 땡야!”라는 전국적인 유행어를 만들어낸 국어 스타 강사 서한샘 박사가 1980년대 초 설립한 곳으로, 당시 노량진 학원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본원이었습니다. 이후 한샘학원 자리는 고려학원으로 이어졌고, 한동안 직업훈련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이들의 꿈과 청춘이 머물렀던 한샘학원 자리는 이제 우리 기억 속에만 남게 되었습니다. 지난 6월 15일, 소유권 이전 과정 속에서 결국 강제집행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날, 우리가 함께 사용하고 있던 노량진 사무실에 강제집행이 들어왔다는 소식이 단체 대화방에 올라왔습니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급히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처음 마주한 광경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법원 집행관들과 그들의 지휘 아래 노란 조끼를 입은 200여 명의 사람들이 집기들을 끄집어내어 차량에 싣고 옮기는 모습은 눈으로 보면서도 쉽게 믿기 어려운 장면이었습니다.


우리가 이 공간을 사용한 지도 벌써 2년 4개월이 되었습니다. 처음 이곳에 둥지를 튼 것은, 뜻을 함께하는 몇몇 분들과 사용할 사무실을 알아보던 중 마침 비어 있던 옛 한샘학원 건물을 발견하면서부터였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건물 안에 우리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동작구의 몇몇 사회적기업들이 공동 사무실로 함께 사용하고 있었고, 어떤 곳은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리모델링까지 마친 상태였습니다. 결국 이들 역시 하루아침에 자리를 떠나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사실 이곳에 여러 기업이 모이게 된 데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습니다. 본래 동작구에는 '사회적경제지원센터'라는 중요한 기반이 있었습니다. 이 센터는 단순히 사무 공간만 제공하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지역 안에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들이 서로 연결되고 협력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자 교육, 상담,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하는 든든한 거점이었습니다.

경쟁보다 협력, 이윤보다 공동체의 가치를 중심에 두는 사회적경제의 특성상 이러한 공유 공간의 존재는 더욱 절실합니다.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지역사회 안에서 새로운 일자리와 공공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동작구의 여러 사회적기업들도 바로 이런 기반 위에서 함께 성장해 왔습니다.


약 5년 전, 우리는 메가스터디 건물 2층에 있던 동작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입주를 신청했고, 감사하게도 2년의 사용 기간을 허락받았습니다. 그곳에는 약 15개 기업이 함께 입주해 있었고, 그곳에서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이루고자하는 분들과 만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동작구청으로부터 퇴거 요청을 받았고, 이에 기업들이 반발하며 구청 앞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구청은 구 한샘학원 건물 앞 어바니엘 건물과 대방동 상공회의소 공간을 대안으로 마련해 주었고, 원래 약속했던 입주 기간을 채울 수 있도록 임시로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 기간이 끝난 후, 구청이 관련 사업을 정리하면서 모든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결국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풍파 속에서도 우리는 다시 한번 '사회적경제센터'의 모델을 꿈꾸며, 이 옛 한샘학원 자리에서 십시일반 힘을 모아 공동 사무실을 운영해 왔습니다. 그렇게 2년 4개월의 시간을 눈물겹게 쌓아왔는데, 또다시 이런 가혹한 계절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샘학원의 자리가 물리적으로 사라지는 것도 안타깝지만, 그 안에서 사회적경제의 꿈을 키워가던 사람들의 공간과 연대망이 함께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은 더 큰 아쉬움과 슬픔으로 남습니다.

이 유난히 시린 6월은 우리에게 단순히 공간 하나를 잃는 시간이 아닙니다. 함께 쌓아온 시간과 관계, 그리고 다시 맨땅에서 시작해야 하는 삶의 무게를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시간입니다. 공간은 사라질 수 있어도, 사회적경제지원센터(지금의 사회연대경제)가 지켜온 연대와 협력의 가치만큼은 반드시 다시 세워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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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백배 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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