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에서 청도로, 남성현을 넘다

2025년 4월 24일 목요일 경산역을 떠나는 아침, 남천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 위로 햇살이 눈부셨다. 자전거 도로와 나란히 정비된 길 위에는 아침 운동을 마친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한 벤치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푸른빛이 검게 물들어도, 별은 여전히 용감하게 너를 위해 반짝.”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남겼다. 맨발 걷기를 위한 전용 구간과 발 씻는 시설까지 갖춘 공간은 이 도시에 건강한 삶의 리듬이 흐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도심이 끝나고 마을길로 접어드는 순간, 낯선 고민이 시작됐다. 남성현역을 향하는 길에서 고개를 넘어야 한다는 사실. 국도를 따라 가자니 차들이 쌩쌩 달리는 갓길이 마음에 걸렸고, 터널은 1.7km나 되는 긴 구간이었다. 지나는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며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고갯길이 험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때 마침 눈에 들어온 ‘꿩요리 전문’ 식당. 무작정 문을 열었다.

식당의 노부부는 IMF로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운 사연을 들려주었다. 부도 후 이곳으로 내려와 꿩을 잡아 요리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식당 한편에는 멧돼지 사냥 사진과 수석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김치찌개 한 그릇과 공기밥을 더 얹어준 인심 덕분에,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다.
오후 2시 50분, 남성현 고개 정상을 넘으니 “청도군”이라 적힌 표지판이 보였다. 뜨거운 햇살 아래 끌고 올라온 바퀴 수레가 무겁게 느껴졌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컸다. 이제 내리막길. 남성현역까지는 순풍처럼 걸었다.
용암온천을 지나며 문득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쇠퇴한 수안보, 부곡과 달리, 이 온천엔 차가 가득했다. 새마을운동 발상지라는 청도의 이정표들이 길가에 계속 나타났고, 감나무가 가로수처럼 늘어서 있었다. 걸음을 옮길수록 고개를 넘은 여운과 피로가 몰려왔다.
그때 꺼낸 MP3 플레이어. 영화 <맘마미아>의 OST를 재생하자 ABBA의 경쾌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Dancing Queen, Mamma Mia, Take a Chance on Me… 덕분에 흐트러진 걸음이 다시 살아났다.
“I Have a Dream”이 들릴 때, 문득 나 자신에게 물었다.
‘지금 나는 어떤 꿈을 품고 이 길을 걷고 있는가.’
어쩌면 이 도보여행은 그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일지도 모른다.
오후 6시 40분, 드디어 청도역 도착. 하루 걸음 수는 44,329보, 거리로는 33.74km. 역 앞 식당에서 추어탕 한 그릇을 비우고, 숙소로 들어서며 오늘 하루를 마음에 새겼다. 산 하나 넘고 얻은 이야기, 그리고 내 안의 작지만 선명한 울림.

용기백배 황성국
경산에서 청도로, 남성현을 넘다
2025년 4월 24일 목요일 경산역을 떠나는 아침, 남천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 위로 햇살이 눈부셨다. 자전거 도로와 나란히 정비된 길 위에는 아침 운동을 마친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한 벤치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푸른빛이 검게 물들어도, 별은 여전히 용감하게 너를 위해 반짝.”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남겼다. 맨발 걷기를 위한 전용 구간과 발 씻는 시설까지 갖춘 공간은 이 도시에 건강한 삶의 리듬이 흐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도심이 끝나고 마을길로 접어드는 순간, 낯선 고민이 시작됐다. 남성현역을 향하는 길에서 고개를 넘어야 한다는 사실. 국도를 따라 가자니 차들이 쌩쌩 달리는 갓길이 마음에 걸렸고, 터널은 1.7km나 되는 긴 구간이었다. 지나는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며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고갯길이 험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때 마침 눈에 들어온 ‘꿩요리 전문’ 식당. 무작정 문을 열었다.
식당의 노부부는 IMF로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운 사연을 들려주었다. 부도 후 이곳으로 내려와 꿩을 잡아 요리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식당 한편에는 멧돼지 사냥 사진과 수석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김치찌개 한 그릇과 공기밥을 더 얹어준 인심 덕분에,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다.
오후 2시 50분, 남성현 고개 정상을 넘으니 “청도군”이라 적힌 표지판이 보였다. 뜨거운 햇살 아래 끌고 올라온 바퀴 수레가 무겁게 느껴졌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컸다. 이제 내리막길. 남성현역까지는 순풍처럼 걸었다.
용암온천을 지나며 문득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쇠퇴한 수안보, 부곡과 달리, 이 온천엔 차가 가득했다. 새마을운동 발상지라는 청도의 이정표들이 길가에 계속 나타났고, 감나무가 가로수처럼 늘어서 있었다. 걸음을 옮길수록 고개를 넘은 여운과 피로가 몰려왔다.
그때 꺼낸 MP3 플레이어. 영화 <맘마미아>의 OST를 재생하자 ABBA의 경쾌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Dancing Queen, Mamma Mia, Take a Chance on Me… 덕분에 흐트러진 걸음이 다시 살아났다.
“I Have a Dream”이 들릴 때, 문득 나 자신에게 물었다.
‘지금 나는 어떤 꿈을 품고 이 길을 걷고 있는가.’
어쩌면 이 도보여행은 그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일지도 모른다.
오후 6시 40분, 드디어 청도역 도착. 하루 걸음 수는 44,329보, 거리로는 33.74km. 역 앞 식당에서 추어탕 한 그릇을 비우고, 숙소로 들어서며 오늘 하루를 마음에 새겼다. 산 하나 넘고 얻은 이야기, 그리고 내 안의 작지만 선명한 울림.
용기백배 황성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