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의 어느 출근길이었다. 동작구 사무실로 향하던 아침, 눈길을 끄는 가로등 현수막 하가 눈에 들어왔다.
"지휘자 금난새와 함께하는 클래식 콘서트. 2025년 6월 7일 토요일, 한경직기념과."

그 순간, 발걸음이 멈췄다.
20년전, 내 카메라 앞에 섰던 바로 그 사람이 떠 올랐다.
그날도 지금처럼 평범한 평일이었다.
나는 경제전문지 화보 촬영을 맡고 있었고,
금난새 선생님은 촬영의 주인공이었다.
이미 클래식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이름이었지만,
카메라 앞의 그는 거창하지도, 긴장하지도 않았다.
담백했고 유쾌했고, 인간적이었다.

잘 다려진 옷자락과 낡은 듯한 어깨선이 인상 깊었다.
나는 무심코 슈트에 대해 물었다.
그는 옷으며 안감을 살짝 펼쳐 보였다.
"지휘를 하다 보면 안감이 자주 망가져요, 손을 흔드는 동작이 많아서 마찰이 심하거든요."
그리고는 멋쩍게 웃었다.
그 웃음에 무대를 향한 진심, 음악에 바친 세월이 담겨 있었다.



당시 나는 젊은 사진가였다.
지휘자의 세계는 멀게만 느껴지만,
그 순간만큼은 한 직업인의 철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무대를 지휘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자기 삶을 정직하게 지휘하는 사람이라는 걸 느겼다.
20년이 흘렸다.
세상도 바뀌었고, 나 역시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해왔다.
하지만 그날의 따뜻함과 정직함은 내 안에 오랬동안 남았다.
아침에 마주한 그 현수막은 단순한 공연 소식이 아니었다.
기억의 셔텨를 다시 누르게 한 작은 인연이었다.

지금 어딘가에서,
그의 손끝에서 또 한 번의 음악이 시작될 것이다.
지휘자 금난새, 그리고 그 무대를 바라보는 누군가의 마음속엔
다시 새로운 울림이 생겨날 것이다.
사진은 사간을 멈추는 예술이라지만,
그날 찍은 초상은 여전히 내 안에서 자라고 있다.
그의 닳은 안감처럼, 나도 내 손끝으로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가끔은 이런 우연이 고맙다.
잊고 지냈던 순간이, 평볌한 출근길에서 다시 나를 깨운다.
그리고 내가 왜 셔터를 눌러왔는지를, 조용히 되묻게 만든다.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im9908&logNo=223970525269&categoryNo=9&parentCategoryNo=&from=thumbnailList
Photographer 김성호
5월의 어느 출근길이었다. 동작구 사무실로 향하던 아침, 눈길을 끄는 가로등 현수막 하가 눈에 들어왔다.
"지휘자 금난새와 함께하는 클래식 콘서트. 2025년 6월 7일 토요일, 한경직기념과."
그 순간, 발걸음이 멈췄다.
20년전, 내 카메라 앞에 섰던 바로 그 사람이 떠 올랐다.
그날도 지금처럼 평범한 평일이었다.
나는 경제전문지 화보 촬영을 맡고 있었고,
금난새 선생님은 촬영의 주인공이었다.
이미 클래식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이름이었지만,
카메라 앞의 그는 거창하지도, 긴장하지도 않았다.
담백했고 유쾌했고, 인간적이었다.
잘 다려진 옷자락과 낡은 듯한 어깨선이 인상 깊었다.
나는 무심코 슈트에 대해 물었다.
그는 옷으며 안감을 살짝 펼쳐 보였다.
"지휘를 하다 보면 안감이 자주 망가져요, 손을 흔드는 동작이 많아서 마찰이 심하거든요."
그리고는 멋쩍게 웃었다.
그 웃음에 무대를 향한 진심, 음악에 바친 세월이 담겨 있었다.
당시 나는 젊은 사진가였다.
지휘자의 세계는 멀게만 느껴지만,
그 순간만큼은 한 직업인의 철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무대를 지휘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자기 삶을 정직하게 지휘하는 사람이라는 걸 느겼다.
20년이 흘렸다.
세상도 바뀌었고, 나 역시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해왔다.
하지만 그날의 따뜻함과 정직함은 내 안에 오랬동안 남았다.
아침에 마주한 그 현수막은 단순한 공연 소식이 아니었다.
기억의 셔텨를 다시 누르게 한 작은 인연이었다.
지금 어딘가에서,
그의 손끝에서 또 한 번의 음악이 시작될 것이다.
지휘자 금난새, 그리고 그 무대를 바라보는 누군가의 마음속엔
다시 새로운 울림이 생겨날 것이다.
사진은 사간을 멈추는 예술이라지만,
그날 찍은 초상은 여전히 내 안에서 자라고 있다.
그의 닳은 안감처럼, 나도 내 손끝으로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가끔은 이런 우연이 고맙다.
잊고 지냈던 순간이, 평볌한 출근길에서 다시 나를 깨운다.
그리고 내가 왜 셔터를 눌러왔는지를, 조용히 되묻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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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er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