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에서 37년, ‘명가왕족발 보쌈’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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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에서 37년 동안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며 족발과 보쌈으로 사랑받고 있는 '명가왕족발 보쌈'의 대표님 부부를 만났다. 생활용품 가게에서 시작해 현재의 맛집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여정을 들어보니, 그 속엔 끊임없는 변화와 노력, 그리고 손님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생활용품 가게에서 족발집으로의 전환

대표 부부는 처음 이곳에서 생활용품 가게를 운영했다. 당시 노량진에는 자취생들이 많아 다양한 생활용품의 수요가 높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원룸과 고시원이 늘어나고, 다이소나 인터넷 쇼핑이 대중화되면서 생활용품 가게의 매출이 줄어들었다. 이에 부부는 업종 전환을 결심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던 중 족발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당시 족발은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었어요. 프랜차이즈가 많지 않았고, 젊은 사람들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다가 족발집을 생각하게 되었죠.” 여 대표는 족발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족발을 배우고자 열심히 노력한 끝에 가게는 성공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족발의 담백한 맛과 한약재를 활용한 건강한 조리법이 많은 손님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정성과 철학이 담긴 음식

명가왕족발은 족발을 만들 때 건강에 해로운 재료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대표님은 족발에 한약재 13가지를 넣어 족발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고 담백한 맛을 살리고자 노력해왔다. “음식은 손님과의 약속입니다. 모든 재료는 최상급을 사용하고, 건강한 맛을 내기 위해 정성을 다합니다.”


한 번은 손님들이 족발을 튀겨보라는 요청에 따라 튀김 족발을 시도해 보았지만, 기름으로 인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판단에 이를 메뉴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이러한 대표님의 원칙과 철학이 손님들에게 신뢰를 주고,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노량진 상권과 함께한 역사

노량진은 한때 재수생과 공무원 준비생들이 모여드는 학원가로 유명했다. 그 시절 명가왕족발 보쌈은 학생들로 붐비는 가게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인터넷 강의와 함께 학원가의 쇠퇴로 상권이 침체되면서 많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량진은 30년 동안 호황을 누렸지만, 최근 학생 수가 70~80% 줄어들면서 상권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대표님은 현재의 상황을 아쉬워하며 상인회 회장으로서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손님에 대한 설렘을 잃지 않다

가게 입구에는 ‘저희는 오늘도 고객님의 발걸음에 가슴이 설렙니다’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이는 여 대표가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붙여놓은 글귀로, 손님이 올 때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녀는 "손님이 맛있게 드시고 감사의 표시를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정성스러운 음식을 대접하는 일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처럼 명가왕족발 보쌈은 37년 동안 한결같은 정성과 진심으로 손님을 맞아왔다. 시대가 변하면서 상권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부부는 여전히 족발과 보쌈을 통해 손님들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며 그들의 발걸음에 설렘을 느끼고 있다.


노량진의 역사를 함께하며 손님과의 약속을 지켜온 명가왕족발 보쌈.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맛집을 넘어, 오랜 시간 지역 사회와 함께해온 정성과 신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노량진에 들를 기회가 있다면, 명가왕족발 보쌈의 담백하고 정성 가득한 족발을 꼭 한 번 맛보길 추천한다.